"F - D - N"
이건 우리들 세계에서는 공식과 같지. 조가 말했다.
뭔 말이냐고?
데이팅의 공식이란다. F*** (잠자리), Dinner (저녁식사), 그다음에 Name (이름)을 물어본다니 완전 거꾸로였다.
조가 나에게 서양의 데이트에 관한 설명을 해주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서양의 게이 세계 데이팅 문화이지만 말이다.
이름도 모르는 사람이랑 같이 잔다고? 말도 안된다. 보수적인 나에게는 도무지 이해가 안간다.
잠깐! 오해하지 마라. 오늘 이야기할 주제는 "서양의 데이팅 문화"다. 옆에있는 조 (막 스물한살이 된 백인 키위 남자이다) 가 우연히 게이였을 뿐이다.
E p 1 7 . 서 양 의 데 이 팅 문 화 와 스 킨 쉽 순 서
이야기의 전말은 이렇다.
썸남과 단체로 등산을 갔는데 (썸남의 이름이 기억 안난다. 리암 이라고 대충 부르겠다), 목줄풀린 강아지 마냥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정신 사나웠다.
옆구리를 콕콕 찌르면서 장난을 치는데 말을 해도 듣지를 않으니 그놈의 손을 낚아채서 제압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손을 꼭 쥐고 있어야 다시 날뛰지 않기 때문에 잡은김에 단단히 쥐고 있었다.
결과적으로는 내가 먼저 손을 잡은 셈이 되었는데, 리암의 반응은 이랬다.
Huh! You are holding my hand...! Are we in a relationship? You like me!
"헉 네가 나의 손을 잡았어! 그럼 이제 우리 연인 인거야? 너 날 사랑하는 구나!"
나는 좀 당황스러웠다. 손잡은게 뭐 대수라고?
서양과 우리나라의 데이팅 문화의 차이점
우리나라에서 데이팅 문화는 어떤가?
단순하게
- 썸-
- 남자 친구 -
- 결혼
이렇게 세 가지로 분류된다.
그리고 스킨십의 단계는 대부분 손잡기로 시작된다. 손 잡기 뽀뽀 잠자리 대략 이런 식이다.
서양에서의 데이팅 문화는 좀더 복잡하다.
- Friend 썸 (친구라고 부르지만 뭔가 미묘한 호감이 있는 단계) -
- Dating 데이트 (커플이 되기전 서로를 알아가는 단계) -
- Boy friend/ relationship 남자친구 (반 이상이 커플이 이단계에서 동거를 한다) -
- Partner 파트너 (법적 신고만 안했지 결혼이랑 비슷하다. 보호자로도 등록 가능하다) -
- Fiancé (약혼하고 그대로 몇년씩 있는 경우도 많다) -
- married 결혼
우리나라에서 생각하는, 사귀고 1일 이딴건 당연히 없다.
우리 이제 사귈까? 라는 말도 안 하고 그냥 자연스럽게 단계도 발전하는 편이다. 선잠자리, 후사귐 같은 경우가 빈번하다.
굳이 비교를 하자면, 서양에서 말하는 데이트 는 우리나라 버전으로 치면 사귀는 거라고 할 수 있다. 결혼을 전제로 오랫동안 사귄 커플은서양으로 따지면 남자친구 여자친구와 같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서양남이랑 사귀려면 초반에 데이팅 문화에 대해 설명해 주는편이 오해를 줄일수 있다.
"손은 맨 나중에 잡는거야. 잠자리 많이 가진 커플들도 손잡기는 잘안할때도 많아."
조가 말했다.
즉, 영국령 백인들 (뉴질랜드, 호주, 영국, 스코틀랜드, 아일랜드) 의 데이트 (스킨쉽) 문화는 반대였던 거다.
서양의 스킨쉽 순서
서양의 스킨쉽 순서는 대략 이렇다.
뽀뽀 (이성적으로 매력을 느꼈을때 할수있다) - 잠자리 (육체적으로 매력을 느꼈을때 할수있다)- 손잡기 (정서적으로 교감을 할때 한다)
즉, 서양에서 손을 잡는다는 상징적인 의미는, 상대방과 정서적으로 교류를 하며 서로를 아껴 준다는 뜻이다. (영국령 백인들에 한함. 동양인 많이 사귀어본 다른나라 백인들은 제외)
그렇기 때문에 서양인들에게는 잠자리는 단순히 육체적 관계인 경우도 적지않은거다. 그래서 상대방을 정말 좋아하면 하는 행동이 바로 "손 잡기"인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같이 등산을 하던 다른 친구들이,
"야 네가 드디어 니 반쪽을 데려 왔구나"
"이 사람이 니 남자친구니?"
등의 질문들을 해왔다.
하... 대답하기 참 곤란했다.
한국에서도 손을 잡으면 "야, 니네 사귀냐?"할수 있겠지만 대부분 연애의 초반으로 본다.한국에서 손잡기는 "난 너에게 호감이 있어" 정도의, 뽀뽀하기전의 낭만적인 단계라고 볼수있다.
그러나 서양에선 손을 잡으면 연애의 중후반으로 본단 사실이다.
리암에게 손잡을 만큼 호감은 있었지만, 사귈생각까지는 해본적이 없던터라 이 상황을 어떻게 해야할지 곤란해졌다.
난 그냥 그놈의 정신사나움과 허리찌르는 손을 막고 싶었을 뿐인데 말이다.
서양에서 손잡는것에 대한 속뜻을 몰랐던 나는, 결과적으로 나는 들떠있는 리암을 실망시켜야 했고 축하해주는 산악 친구들도 실망시켜야 했다.
외국인과 썸을 타고 있는가?
고백 대신 손을 덥썩 잡아 보아라.
상대방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바로 알수 있을 것이다.